새로운 시험과목, 동반성장 (2011.02.24) 조간읽기

 

동반 성장, 대기업의 새로운 시험 과목 

  대기업들이 내는 큰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어 쓰자는 전직 총리 정운찬 동반성장 위원장의 발언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업들은 채점해서 등수 매긴다는 말에 한 번 더 발끈했습니다. 기업들 반발하는 모양새가 별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반 성장하자는 정치인, 관료들도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당한, 명분 있는 정책일수록, 사리에 맞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동반 성장으로 시작한 일이 동반 후퇴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납품 업체들 옥석구분 해야 하지 않는가?”, “해외 납품 업체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기업들의 반론은 일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효율성, 또 하나는 형평성 문제입니다. 납품가 일률적으로 올려주라는 강요, 결국 '이익 공유'가 아니라 ‘강제 배분’이 됩니다. 기업들 딴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해외에서 납품 기업 찾게 되고, 차라리 직접 부품까지 만들자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실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상황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보죠. 삼성전자, LG LCD 같은 회사는 애플에 납품합니다. 애플이 만드는 아이폰은 30% 이상을 이윤으로 남깁니다. 그만큼 부품 싸게 값 쳐준다는 말도 됩니다.  애플에 부품 값 올리라고 강권해야 하나요? 할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그룹 계열사인 SDI에서 부품을 받습니다. 삼성전자가 SDI에 납품가격을 높여주면 이것은 동반 성장과 거리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걸 계열사 지원라면서 곧 막겠지요. 하지만  (그럴리는 없지만) SDI를 합병하거나, 혹은 같은 부품을 만드는 중소 기업을 합병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삼성전자는 납품가 관리 받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동반성장 정책이 노리는 목표는 아닐겁니다.   


동반성장 정책 개요: 권혁주,최현철(중앙E1면,삼성,현대차 포함  동반성장 점수 매긴다  http://media.joinsmsn.com/article/680/5101680.html?ctg= )
성적 공개하라는 글: 이순혁 황보연 이정연 (한겨레 13면, 동반 성장 채점표 나왔지만, 성적 공개 흐지부지?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64956.html )
정부와 재계 논쟁: 호경업 (조선 10면 정부 "협력사는 죽어나" 기업 "해외로 돌릴 것"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24/2011022400086.html)


 정치, 정부와 기업의 동반성장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관찰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노력을 평가하겠다는 정부의 관료적 자세, 그 때 쓰이는 일률적 잣대는 이 문제를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 원인은 보다 깊은 곳에 있어 보입니다. 신생 기업이 벌린 새로운 사업이 있고 그 시장이 유망해지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부문을 만들어 경쟁합니다. 더 싼 가격으로, 물량 공세를 통해 그 시장을 빼앗죠. 필요한 기술, 기업이라면 돈을 주고 사오는 경우 (M&A) 거의 없습니다. 비용 축소, 신기술 개발 같은 어려운 일이 위에서 떨어지면 하청 기업에 이를 전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청 기업 책임입니다. 유별나게 ‘갑’과 ‘을’을 따지는 관행, 기업이나 아이디어의 가치를 쳐주지 않는 생각 이런 것들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인터넷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성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방해받지 않고 성장해 놓고서는, 이제 작은 기업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재벌’, ‘대기업’이 문제의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문제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좀 늦더라도 돌아가야 합니다. "힘으로 누르면 바뀔 것이다", "나는 내 정책만 완성시키면 돼" 라는 생각에서 나온 폐해를 그동안 많이 봐 왔으니까요. 정치인들이야 말로 기업을, 민간을 동반 성장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5년 남은 인구 보너스 ?

 복지 재정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인구 보너스’ 기간이란 것이 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아동과 노인 등 부양해야 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간을 뜻합니다. 일부에서는 이 시기에 복지 정책 틀을 제대로 짜놓지 않으면, 나중에 재앙을 겪는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간이 2016년이면 끝난다고 합니다. 이제 5년 남았네요. 이 시간이 지난다고 복지 정책 틀 못 바꾼다는 말은 으름장처럼 들리지만,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닌 듯 싶습니다. 하챦아 보이는 세금 감면 혜택조차 없애기 힘든 것이 현실이니, 복지라고 이름표까지 달린 돈을 '줬다 뺐는' 일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우경임 (동아 1면, 인구 보너스 남은 시간은 5년 http://news.donga.com/3/all/20110224/35079732/1)